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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 두 하늘 한 하늘

몸이 없어 서러운 마음뿐인 아버지 철철 피를 흘리며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 조박들 휴전선 철조망을 부여잡고 흔들어대면서 밤새 찬 비를 맞고 계셨겠네요 이제 비도 멎고 햇살 쫙 퍼졌는데 바람만은 싸늘하군요 이쪽에서 부는 바람에 저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남녘 하늘 저쪽에서 부는 바람에 이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북녘 하늘 그 두 하늘이 다르기라도 한가요 무슨 소리냐 그 하늘이 그 하늘이지 내 왼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남녘 하늘 내 오른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북녘 하늘 가시 쇠줄로 찢어진 하늘 아프고 쓰리기로 말하면 그 하늘이 그 하늘이다 ============ 늦봄 문익환은 영화배우 문성근의 아버지이다. 시인 윤동주와 철학과 신학을 전공한 장준하의 친구였고 바보새 함석헌의 지기였다.

정지용 / 鄕愁 향수

鄕愁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傳說(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

이원록 264 이육사 / 曠野 광야

曠野 광야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때도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光陰)을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여선 지고큰 강(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매화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김교신 / 겸허한 심정을 / 1937년 10월

‘학이시습지불역열호’라는 일구절로써 그 위대한 존재를 요약하며  논어의 수천 어구를 대표하게 한 공부자는 심히 학습을 즐겨한 어른이었다.  부자(夫子)는 스스로의 말을 듣건대  자왈 십실지읍 필유충신 여구자언 불여구지호학야 (子曰 십실지읍 必有忠信 必有忠信 不如丘之好學也)라고.  호학(好學)은 공부자의 자임(自任)하는 특색이었다.  그리고 학업을 좋아한다 함은  필왈(必曰) 주역(周易)의 표지를 7-8번 체찬(替纂)하는 일만이 아니다.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박사에게는 무용한 시간이 없었다 함도  호학의 일례거니와 참으로 호학하는 자는 서적에서 배울 뿐만 아니라,  무학한 농부와 노파에게서도 배울 것을 발견하며 능히 배워 내는 겸허한 위인이다.  선진국에 가 배울뿐더러 후진국으로 보이..

김교신 2024.09.18

이종태 교수 강연 / 2024년 9월 27일(금) 저녁 7시 30분 / 장소: 공간이음(강릉시)

강연 제목: 별의 노래를 듣는 다는 것 강사: 이종태 장소: 공간이음 ( 강릉시 경강로 2342, 2층 ) 주차는 오정주유소(S-Oil) 뒤편에 자유롭게 가능 시인 윤동주의 시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GTU에서 C. S. 루이스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종태 교수의 강연입니다. 한국 C. S. 루이스 최고 전문가입니다.

C.S.Lewis 2024.09.11

김교신 / 미해결의 해결 / 1941년 8월

정리도 하고 경영도 해 놓고···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고자 하면서  족하(足下)를 내려다보면 언제까지든지  연쇄적인 미해결의 안건이 종적부절(踵績不絶)하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할진대 이 일에 일생을 바침도  결코 무가치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부름을 받아 떠나는 자의 후사(後事)를 손가락질 말라.  비록 그 뒤에 어지러운 것이 남았고  다하지 못한 의무가 길었다 할지라도  떠나는 자에게는 부르심에 응하여 ‘예’ 하고 나서는  그 일이 모든 일의 해결이요, 가능한 일의 전부이다.  나서는 자로 하여금 뒤돌아보게 말라,  미구(未久)에 다 함께 산더미 같은 미해결 문제를 두고 갈 신세인저.

김교신 2024.09.11

김교신 / 고등 유희 / 1941년 7월

『성서조선』 지를 평하여 학생들의 ‘고등 유희’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 이가 있다. 그 까닭은 신학교 졸업이라는 것 같은 소위 자격자가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비몽사몽간에 ‘성신(聖神)’의 지시를 받아서 ‘사명’을 띠고 간행하노라고 간판을 걸지 않은 잡지라는 것, 전도자는 전도함으로써 의식(衣食)하겠노라고 악을 쓰지 못하는 주필이라는 것, 교회의 기관지도 아니요 선교사나 감독의 지령으로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등등의 이유인 듯. 과연 본지는 교권에 속한 자격도 없이, 문필의 재질에 관한 확신도 없이, 자원에 대한 보장도 없이 시작해서, 이 일로써 의식의 자(資)를 보태 쓰지 못했을뿐더러 다달이 나는 결손도 괘념치 않고서, 그저 하고 싶어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제150호까지 발간하였다. 그 심지―..

김교신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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