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봄에 서재 한 간을 지었다. 단 한 간을 증축한 것이니 조성(造成) 운운할 것도 없으나 우리 스스로의 의장(意匠)과 노력과 고심이 많이 들었으므로 그 성조(成造)의 감상만은 적지 않다. 첫째로 미(美)에 대한 무관심이다. 본래 뜻은 있으면서도 실현 못하던 건축을 이번에 성취한 것은 『창조의 생활』 김주항(金周恒) 씨의 잡석과 양회로 지은 주택에서 본을 보았고 힘을 얻음이 많았다. ‘그렇게 하여도 집이 된다면 나도’ 하는 생각이 난 것이다. 건축에 미를 표현함에는 예술적 재(才)와 물질적 부(富)를 요한다. 재도 부도 가지지 못한 자는 부득이 미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다. 오직 한 가지 미의 표현으로 용마루 남단에 추녀를 붙인 것은 목수의 전문적 기술로 인한 인습적인 버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