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없어 서러운 마음뿐인 아버지 철철 피를 흘리며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 조박들 휴전선 철조망을 부여잡고 흔들어대면서 밤새 찬 비를 맞고 계셨겠네요 이제 비도 멎고 햇살 쫙 퍼졌는데 바람만은 싸늘하군요 이쪽에서 부는 바람에 저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남녘 하늘 저쪽에서 부는 바람에 이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북녘 하늘 그 두 하늘이 다르기라도 한가요 무슨 소리냐 그 하늘이 그 하늘이지 내 왼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남녘 하늘 내 오른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북녘 하늘 가시 쇠줄로 찢어진 하늘 아프고 쓰리기로 말하면 그 하늘이 그 하늘이다 ============ 늦봄 문익환은 영화배우 문성근의 아버지이다. 시인 윤동주와 철학과 신학을 전공한 장준하의 친구였고 바보새 함석헌의 지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