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시 詩 poem(poetry) Gedicht

문익환 / 두 하늘 한 하늘

Witkr 2024. 9. 19. 02:00

몸이 없어 서러운

마음뿐인

아버지

철철 피를 흘리며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 조박들

휴전선 철조망을 부여잡고

흔들어대면서 밤새

찬 비를 맞고 계셨겠네요
 
이제 비도 멎고 햇살 쫙 퍼졌는데

바람만은 싸늘하군요

이쪽에서 부는 바람에 저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남녘 하늘

저쪽에서 부는 바람에 이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북녘 하늘

그 두 하늘이 다르기라도 한가요

무슨 소리냐

그 하늘이 그 하늘이지

내 왼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남녘 하늘

내 오른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북녘 하늘

가시 쇠줄로 찢어진 하늘

아프고 쓰리기로 말하면

그 하늘이

그 하늘이다
 

============

 

늦봄 문익환은 영화배우 문성근의 아버지이다.
 
시인 윤동주와 철학과 신학을 전공한 장준하의 친구였고
 
바보새 함석헌의 지기였다.
 

문익환 사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