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신 / 독서의 계단 / 1941년 9월
최근에 어떤 전문학교 학생 하나가 구라다 햐쿠조(倉田百三)
저 『사랑과 인식의 출발』이라는 책을 품고 와서 이 책을 읽고서
심령상의 제2혁명을 경험하였노라고 감격에 넘쳐서 고백하였다.
이 책은 여러 해에 걸쳐서 발표했던 논문을 수집하여 한 권으로
편찬한 것이어서 이 책 자체 안에 처음 부분의 사상을
나중 부분이 정정하듯 저자 자신의 서문 중에도 그 치기(稚氣)를
면치 못함을 자인하듯 하였으나, 그런 점이 도리어 20대의
청춘에게는 활기 있고 친근미가 있어서 가독가익(可讀可益)하다 하니
그도 가연(可然)한 말이다. 청년다운 인생 탐구의 등정을 격려하며
보다 더 높은 독서에의 ‘사다리’의 역할은 착실히 할 것이다.
저자 구라다 씨는 그 청년기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太郞)
저 『선(善)의 연구』를 가지고 한 휴가를 산중에 농성하여 숙독하였다 하니
이런 책은 한 번에 여러 차례로 재독할뿐더러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에 걸치어
몇 해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읽어 마땅한 책이다.
니토베 이나조 박사의 총명으로도 칼라일(Carlyle)의
『의상(衣裳)철학(Sartor Resartus)』을 표지(表紙)를 거듭하면서
17회나 재독하였다 하거니와 이런 책들은 읽어서 알았다기보다
읽고도 모르겠다는 것을 체험하기 위하여 읽을 것이다.
나의 총명으로도 모를 것이 있다는 것, 몰라도 읽어야겠다는 것을 배워서
겸손과 인내를 철저히 훈련할 것이 제2단이다.
다음에 성서에 돌아올 것이다.
연령이 자라면 자랄수록 환경이 전환되면 될수록,
결혼 후 생남 후 사별 후에 점점 새로워지며 날로 깊이 전개되는 책이다.
무식한 이는 무식한 대로 학업에 진취한 이는 진취한 대로
마음과 생활이 정결한 이는 정결할수록 더욱 높은 진리의 문이
날마다 새롭게 열리어 생명의 동력을 공급하는 책,
이것이 제3단이다.